스모의 기원과 1500년의 역사
스모(相撲)는 일본의 국기(國技)로 지정된 전통 격투 스포츠입니다. 그 기원은 고고학적 증거와 문헌 기록을 종합할 때 약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최초의 역사서인 고지키(古事記)와 니혼쇼키(日本書紀)에는 신들 사이의 스모 대결 이야기가 등장하며,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의식으로도 행해졌습니다.
헤이안 시대(7941185)에는 궁중 행사인 스마이노세치에(相撲節会)가 열렸고, 가마쿠라와 무로마치 시대를 거쳐 무사들의 무술 훈련법으로 발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직업 스모는 에도 시대(16031868)에 그 틀이 잡혔습니다. 당시 신사 건축 기금을 모으기 위한 간진 스모(勧進相撲)가 인기를 끌면서 규칙과 의식이 정리되었습니다.
1925년 일본 스모 협회가 공식 조직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연 6회의 본 바쇼(本場所, 공식 대회)를 통해 리키시(力士, 스모 선수)들의 서열이 결정됩니다.
스모 경기의 규칙
스모의 기본 규칙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 경기장: 도효(土俵)라 불리는 지름 4.55미터의 흙 원형. 도효 위에는 소금이 뿌려져 있습니다.
- 승리 조건: 상대를 도효 밖으로 밀어내거나, 발바닥 외의 신체 부위가 땅에 닿게 하면 승리.
- 시간: 평균 5~10초. 길어도 1분을 넘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 복장: 마와시(まわし)라는 허리띠만 두릅니다.
- 금기 기술: 주먹으로 치기, 머리카락 잡기, 급소 공격은 금지.
경기 자체는 짧지만 그 전에 진행되는 의식이 길고 엄숙합니다. 리키시들은 도효 위에서 소금을 뿌리고, 쿠마데(발을 높이 들어 땅을 딛는 동작)를 하며, 상대를 노려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준비 의식은 원래 신에게 올리는 제의에서 유래했습니다.
리키시의 등급 체계
스모 세계는 엄격한 서열로 구성됩니다. 리키시의 등급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요코즈나(横綱): 최고 등급. 현역 요코즈나는 항상 1~4명 정도만 존재합니다.
- 오제키(大関): 요코즈나 다음 등급.
- 세키와케(関脇)와 코무스비(小結): 상위 세 등급 바로 아래.
- 마에가시라(前頭): 마쿠우치(幕内) 최하위권.
- 주료(十両): 승급자와 강등자가 오가는 경계.
- 마쿠시타(幕下) 이하: 하위 등급으로 월급이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마쿠우치와 주료까지가 세키토리(関取)라 불리며, 이들만 월급을 받고 제대로 된 기모노를 입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 아래 등급은 훈련생 신분에 가까워 생활비 수준의 수당만 받습니다.
요코즈나는 은퇴 외에 강등이 없습니다. 성적이 나쁘면 스스로 은퇴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이는 최고 자리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의 상징입니다.
헤야 제도와 수련 생활
스모 선수는 헤야(部屋)라는 합숙 도장에서 생활합니다. 도쿄와 일부 지방에 45개 정도의 헤야가 있으며, 각 헤야는 오야카타(親方)라는 옛 리키시 출신 마스터가 이끕니다.
헤야 생활은 엄격합니다. 새벽 5시부터 훈련이 시작되고, 아침 식사는 훈련이 끝난 뒤인 11시쯤 먹습니다. 주식은 챵코나베(ちゃんこ鍋)라는 고기와 야채가 가득한 냄비 요리입니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몸을 불리기 때문에 리키시의 평균 체중은 150킬로그램을 훌쩍 넘습니다.
낮에는 낮잠을 자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이 생활 패턴 자체가 체중 증가를 돕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의 빨래, 청소, 시중을 들며 예절과 인내를 배웁니다. 이런 위계 문화가 때때로 학대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본 바쇼: 1년 6회의 공식 대회
스모의 공식 대회인 본 바쇼는 매년 6회, 15일간 열립니다. 개최 장소와 시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1월 (하츠 바쇼): 도쿄 료고쿠 국기관.
- 3월 (하루 바쇼): 오사카 에도필드 스모 경기장.
- 5월 (나츠 바쇼): 도쿄 료고쿠 국기관.
- 7월 (나고야 바쇼): 나고야 돌핀즈 아레나.
- 9월 (아키 바쇼): 도쿄 료고쿠 국기관.
- 11월 (큐슈 바쇼): 후쿠오카 국제센터.
각 바쇼에서 리키시들은 15번의 경기를 치르고, 승수가 8 이상이면 가치코시(勝ち越し, 승리)로 승급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가장 많이 이긴 선수는 우승컵(優勝賜杯)을 받습니다.
료고쿠 국기관 방문 팁
도쿄 료고쿠(両国)는 스모의 성지입니다. 료고쿠역 근처에는 국기관(國技館) 외에도 스모 박물관, 챵코나베 전문 식당, 현역 리키시들의 헤야가 모여 있습니다.
본 바쇼 기간에 관람을 원한다면 티켓을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 마스세키(枡席): 다다미방 형식의 4인석. 가족이나 친구와 편하게 관람하기 좋은 전통 좌석.
- 이스세키(椅子席): 일반 의자석. 혼자 가도 편합니다.
- 당일권(当日券): 매일 아침 일부 좌석을 현장 판매합니다. 일찍 줄 서면 비교적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는 하위 등급부터 경기가 시작되고, 오후 3시 이후부터 주료와 마쿠우치의 경기가 이어지며, 저녁 6시경 요코즈나 경기로 마무리됩니다. 하루 종일 머무르며 관람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스모의 전통 의례와 상징
스모 경기에는 수많은 의례가 포함됩니다.
- 소금 뿌리기: 도효를 정화하는 의미. 하루에 약 45킬로그램의 소금이 사용됩니다.
- 찻슈이(ちゃんの井): 경기 전 물을 입에 머금고 뱉는 의식. 정화와 집중을 의미합니다.
- 윤쵸(力水): 승자가 진 선수에게 물을 건네 다음 경기에 대비하게 하는 전통.
- 게이쇼(化粧まわし): 경기 전 입장 의식에서만 두르는 화려한 장식 허리띠.
요코즈나의 츠나(綱)는 특별합니다. 두꺼운 흰색 밧줄을 허리에 두르는 이 장식은 신사 입구의 금줄(시메나와)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 요코즈나가 신성한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외국인 리키시의 시대
20세기 후반부터 외국인 리키시들이 대거 진출해 스모의 양상을 바꿔놓았습니다. 하와이 출신의 아케보노(曙)는 1993년 외국인 최초로 요코즈나가 되었고, 동포의 마에이 다마세키, 코니시키 등도 거물 리키시로 활약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몽골 출신 리키시들이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아사쇼류(朝青龍), 하쿠호(白鵬), 카쿠류(鶴竜) 등 여러 명의 요코즈나가 몽골에서 나왔고, 특히 하쿠호는 역대 최다 우승 기록(45회)을 세웠습니다.
조지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체코 출신 리키시도 있어 스모는 이제 국제적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스모 일본어와 매일11시
스모를 제대로 즐기려면 경기 중에 외치는 함성과 해설을 조금씩 알아들으면 좋습니다.
- 立合い(타치아이): 경기 시작 동작.
- 押し出し(오시다시): 밀어서 도효 밖으로 내보내는 승리 기술.
- 寄り切り(요리키리): 몸통을 맞붙이고 밀어내기.
- 上手投げ(우와테나게): 상대 마와시 위쪽을 잡아 던지기.
매일11시 블로그에서는 스모와 같은 일본 전통문화, 축제, 역사와 관련된 일본어 표현을 소개합니다. 매일 3개의 표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드립니다. 경기 해설을 조금씩 따라 들을 수 있게 되면 스모 관람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스모는 관광객의 눈에는 낯설 수 있지만, 그 의례와 전통을 조금만 이해하면 일본 문화의 정수를 가장 짧은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도쿄 여행 일정과 본 바쇼가 겹친다면 반드시 한 번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