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의 무게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영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일 뿐 아니라, 서양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힙니다. 그가 쓴 희곡은 37편, 소네트는 154편에 달합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매일 공연되고 있으며, 고등학교와 대학의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현대 영어에 미친 영향도 엄청납니다. Eyeball(안구), Swagger(으스대다), Lonely(외로운), Fashionable(유행하는), Bedroom(침실), Madcap(별난 사람) 같은 단어들이 모두 그의 작품에서 처음 또는 확산되어 쓰였습니다. 또한 Break the ice(서먹한 분위기를 깨다), Wild goose chase(헛수고), Heart of gold(착한 마음), In a pickle(곤경에 처한) 같은 관용 표현도 그의 작품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어 학습자에게 셰익스피어는 단순히 어려운 고전이 아니라 영어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코스이기도 합니다. 당장 그의 원문을 읽기는 어렵더라도, 그의 영향이 지금의 영어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알고 있으면 영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
셰익스피어는 1564년 영국 중부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는 장갑 제조업자였고 한때 마을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지만, 윌리엄이 10대 후반이었을 때는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18세에 8살 연상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와 결혼했고,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장남 햄넷(Hamnet)은 11살에 사망했는데, 이 경험이 훗날 햄릿 집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20대 중반에 런던으로 이주해 극단에 합류했습니다. 배우로 활동하다 극작가로 두각을 나타내며 1590년대부터 잇따라 희곡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속한 극단은 처음 Lord Chamberlain's Men이라 불렸고, 1603년 제임스 1세의 후원을 받으며 King's Men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글로브 극장(The Globe Theatre)의 공동 소유자였고, 이 극장에서 그의 많은 작품이 초연되었습니다. 1613년 글로브 극장 화재 이후 고향으로 은퇴했고, 1616년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기록이 제한적이어서, 과연 스트랫퍼드의 셰익스피어가 정말 이 모든 작품을 썼는지에 대한 의혹(Authorship Question)이 수백 년간 제기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주류 학계는 셰익스피어 본인이 작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분류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크게 세 가지 장르로 나뉩니다.
- 비극(Tragedy): 인간의 파멸을 다룬 작품들.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 등 이른바 4대 비극이 가장 유명합니다.
- 희극(Comedy): 혼란과 오해 끝에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밝은 작품들.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등.
- 역사극(History): 영국 왕실의 역사를 다룬 연대기 작품들. 헨리 4세, 헨리 5세, 리처드 3세 등.
이 외에 로맨스극(Romance) 또는 후기 극(Late Plays)이라고 불리는 별도 분류가 있습니다. 말년에 쓰인 작품들로,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가 결합되고 용서와 화해로 마무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템페스트(The Tempest),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4대 비극 간단 소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영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작품들입니다.
햄릿(Hamlet)은 덴마크 왕자 햄릿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숙부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입니다. 망설임, 실존적 회의, 광기,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룹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유명한 독백이 이 작품에서 나옵니다. 복수극의 틀을 빌렸지만 사실상 인간 내면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맥베스(Macbeth)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과 아내의 야망에 이끌려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지만, 죄책감과 편집증에 시달리다 몰락하는 이야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강렬합니다. 권력욕, 양심, 운명과 자유의지 사이의 긴장을 다룹니다.
오셀로(Othello)는 베니스의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충실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다 살해하는 비극입니다. 질투, 인종 차별, 신뢰의 붕괴를 주제로 합니다. 이아고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지능적이고 사악한 악역으로 평가받습니다.
리어왕(King Lear)은 노년의 브리튼 왕 리어가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눠주려다 진심을 오해하고 막내 딸 코딜리아를 쫓아낸 후, 나머지 두 딸에게 배신당하고 황야에서 광기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권위, 노화, 가족, 정의의 부재 같은 주제가 가장 암울하게 펼쳐집니다.
희극의 세계: 한여름 밤의 꿈과 십이야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비극 못지않게 정교하며 지금도 자주 공연됩니다.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은 아테네 근교 숲에서 네 연인, 요정들, 그리고 연극을 준비하는 장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혼란을 다룬 작품입니다. 사랑의 묘약으로 인한 착각, 요정들의 장난, 당나귀로 변한 보텀의 코믹한 상황이 얽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희극 중 하나입니다.
십이야(Twelfth Night)는 쌍둥이 남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난파되어 헤어진 뒤 일어나는 혼란의 이야기입니다. 남장한 바이올라와 그녀의 모습에 반한 올리비아, 그리고 바이올라가 사랑하는 오르시노 공작 사이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펼쳐집니다. 정체성, 성 역할, 사랑의 비이성성을 경쾌하게 다룹니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은 엄밀히는 비극으로 분류되지만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원수 가문의 두 젊은이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비극적 결말을 맞는 이야기는 세계 연애 서사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소네트: 154편의 시
셰익스피어는 희곡뿐만 아니라 154편의 소네트도 남겼습니다. 소네트는 14행 정형시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특유의 형식(3개의 4행연 + 마지막 2행연, 마지막 두 행은 결론이자 반전)을 가지고 있어 셰익스피어 소네트(Shakespearean Sonnet)라고 불립니다.
소네트의 대략 1126번은 어느 젊은 남자(Fair Youth)에게 바쳐진 시로 해석되고, 127152번은 검은 여인(Dark Lady)을 주제로 합니다. 이 인물들의 실제 정체에 대해서는 수백 년간 다양한 추측이 있어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소네트 18번의 첫 행은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그대를 여름날에 비유할까요?)입니다. 젊음의 아름다움은 여름보다 더 찬란하고, 시를 통해 영원히 보존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영문학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시구 중 하나입니다.
글로브 극장과 런던 여행
런던을 방문하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을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합니다. 원래 글로브 극장은 1599년 템스강 남쪽에 세워져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부분이 초연된 곳이지만, 1613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재건 후에도 1644년 청교도 정권에 의해 철거되었습니다.
현재의 글로브 극장은 1997년에 원형을 복원해 같은 지역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지붕이 없는 야외 극장 구조를 재현했고, 여름 시즌(4~10월)에는 실제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합니다. 관람객은 원할 경우 입석 티켓(약 5파운드)을 구매해 무대 앞에 서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비가 와도 공연은 계속됩니다. 400년 전 관객들이 느꼈을 분위기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입니다.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도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집, 그가 결혼 후 살았던 집, 아내 앤 해서웨이의 생가, 그리고 그가 묻힌 홀리 트리니티 교회가 모두 보존되어 있습니다. 런던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셰익스피어를 현대에 읽는 법
셰익스피어의 원문은 초기 현대 영어(Early Modern English)로 쓰여 있어 현대 독자에게 다소 어렵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접근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 노 피어 셰익스피어(No Fear Shakespeare) 시리즈: 원문과 현대 영어 번역을 나란히 배치한 책입니다. 영어 학습자에게 훌륭한 자료입니다.
- 영화나 공연부터: BBC, 왕립셰익스피어극단(RSC)의 영상물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켄 브래너, 로렌스 올리비에 같은 배우가 주연한 작품들을 먼저 접해보세요.
- 해석이 열린 텍스트: 셰익스피어의 매력은 같은 대사가 맥락과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공연본을 비교해 보는 것이 즐거움입니다.
- 한국어 번역본 활용: 민음사, 문학동네 등에서 나온 좋은 번역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로 이해한 뒤 원문에 도전해도 좋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지금 영어와 다르지만, 그 정서와 주제는 보편적입니다. 사랑, 권력, 질투, 야망, 죽음, 용서 같은 인간의 근원적 경험을 다루기에 시대와 문화를 넘어 공감대를 만듭니다.
매일11시 블로그에서는 고전 문학 속 영어 표현과 현대 영어에 살아남은 셰익스피어의 유산을 매일 3개의 표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드리며 소개합니다. 영어라는 언어의 깊이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함께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