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치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샤를 드 골 대통령은 246종류의 치즈를 가진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겠느냐고 한탄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종류는 1,000종이 넘으며, 그중 46종이 AOC(원산지 통제 명칭) 또는 AOP(원산지 보호 명칭)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인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약 26킬로그램으로, 세계에서 가장 치즈를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에서 치즈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문화 유산입니다. 각 지역의 기후, 토양, 풀, 물이 고유한 치즈의 맛을 만들어 내며, 이것을 테루아르(terroir)라고 합니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치즈도 테루아르의 산물이며, 같은 종류의 치즈라도 어느 농장에서, 어느 계절에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프랑스 치즈 문화를 이해하면, 프랑스 식탁 문화의 핵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프랑스 치즈의 분류
프랑스 치즈는 제조 방법과 질감에 따라 크게 여덟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연질 흰곰팡이 치즈 (Fromage a pate molle et croute fleurie)
표면에 흰색 곰팡이가 피어 있는 부드러운 치즈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랑스 치즈 유형입니다.
- 카망베르(Camembert): 노르망디 지방의 대표 치즈로, 프랑스 치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망베르 드 노르망디(Camembert de Normandie)는 AOP 인증을 받은 정품으로, 무살균 우유(lait cru)로 만들어야 합니다. 익을수록 속이 흘러내릴 정도로 부드러워지며, 버섯과 흙 내음이 특징입니다.
- 브리(Brie): 파리 동쪽 일드프랑스 지방의 치즈로, 카망베르보다 크기가 크고 맛이 좀 더 순합니다. 브리 드 모(Brie de Meaux)와 브리 드 믈랭(Brie de Melun)이 AOP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 쿨로미에(Coulommiers): 브리와 비슷하지만 더 작고 두꺼운 형태입니다.
연질 세척 껍질 치즈 (Fromage a pate molle et croute lavee)
숙성 중에 소금물이나 술로 표면을 씻어 주는 치즈입니다. 강한 냄새가 특징이며, 치즈 초보자에게는 도전적일 수 있습니다.
- 에푸아스(Epoisses): 부르고뉴 지방의 치즈로, 마르크 드 부르고뉴(부르고뉴 포도주 증류주)로 표면을 씻어 만듭니다. 프랑스에서도 가장 냄새가 강한 치즈 중 하나로, 그 냄새 때문에 프랑스 대중교통에서 반입이 금지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맛은 의외로 크리미하고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 뮌스테르(Munster): 알자스 지방의 치즈로, 오렌지색 껍질이 특징입니다.
- 리바로(Livarot): 노르망디 지방의 치즈로, 갈대로 둘러싸인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 퐁레베크(Pont-l'Eveque): 노르망디의 가장 오래된 치즈 중 하나입니다.
반경질 치즈 (Fromage a pate pressee non cuite)
압착하여 수분을 빼지만 열처리하지 않은 치즈입니다.
- 르블로숑(Reblochon): 사부아 지방의 치즈로, 타르티플레트(tartiflette)의 주재료입니다. 너트 향과 크리미한 맛이 특징입니다.
- 생넥테르(Saint-Necteur): 오베르뉴 지방의 치즈로, 풀과 헤이즐넛 향이 납니다.
- 캉탈(Cantal): 오베르뉴 지방의 대형 치즈로, 숙성 기간에 따라 쥔(jeune, 1
2개월), 앙트르두(entre-deux, 37개월), 비외(vieux, 8개월 이상)로 나뉩니다. - 톰 드 사부아(Tomme de Savoie): 알프스 산악 지역에서 만드는 소박한 치즈입니다.
경질 치즈 (Fromage a pate pressee cuite)
압착 후 열처리를 거친 단단한 치즈입니다. 대형으로 만들어 장기 숙성합니다.
- 콩테(Comte): 쥐라 지방의 치즈로,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AOP 치즈입니다. 하나의 콩테 휠은 약 40킬로그램이며, 최소 4개월에서 최장 36개월까지 숙성합니다. 숙성 기간에 따라 버터, 캐러멜, 헤이즐넛, 과일 등 다양한 풍미가 발달합니다.
- 보포르(Beaufort): 사부아 지방의 산악 치즈로, 알프스의 그뤼에르라 불립니다. 봄여름에 고산 목초지에서 방목한 소의 젖으로 만든 보포르 데테(Beaufort d'ete)와 알파주(Beaufort d'alpage)가 최고급입니다.
- 아봉당스(Abondance): 사부아 지방의 수도원에서 유래한 치즈입니다.
블루 치즈 (Fromage a pate persillee)
내부에 푸른 곰팡이가 자란 치즈입니다.
- 로크포르(Roquefort): 양젖으로 만든 블루 치즈의 왕으로, 아베롱 지방의 천연 석회암 동굴에서 숙성합니다. 세계 최초로 원산지 인증을 받은 치즈(1925년)이기도 합니다. 짠맛과 크리미한 질감, 독특한 파란 곰팡이의 톡 쏘는 풍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 블루 도베르뉴(Bleu d'Auvergne): 우유로 만든 블루 치즈로, 로크포르보다 부드럽고 접근하기 쉽습니다.
- 푸름 당베르(Fourme d'Ambert): 오베르뉴 지방의 원통형 블루 치즈로, 블루 치즈 중에서 가장 순한 편입니다. 블루 치즈 입문으로 추천합니다.
신선 치즈 (Fromage frais)
숙성하지 않은 치즈로, 부드럽고 산뜻한 맛이 특징입니다.
- 프로마주 블랑(Fromage blanc): 요거트와 비슷한 신선 치즈로, 프랑스 디저트에 자주 사용됩니다.
- 프티 스위스(Petit-Suisse): 크리미한 원통형 치즈로,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 있습니다.
- 브루스(Brousse): 프로방스 지방의 리코타 같은 신선 치즈입니다.
염소젖 치즈 (Fromage de chevre)
- 크로탱 드 샤비뇰(Crottin de Chavignol): 루아르 지방의 작은 원통형 염소 치즈로, 숙성 정도에 따라 부드러운 것부터 단단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 생모르 드 투렌(Sainte-Maure de Touraine): 루아르 지방의 통나무 모양 염소 치즈로, 가운데 밀짚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발랑세(Valencay): 루아르 지방의 피라미드 모양 염소 치즈입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돌아온 후 피라미드 모양을 보고 화가 나 꼭대기를 잘라 버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 셀 쉬르 셰르(Selles-sur-Cher): 숯가루로 덮인 작은 원반형 치즈입니다.
치즈 먹는 법과 에티켓
프랑스에서 치즈를 먹는 데에도 나름의 규칙과 에티켓이 있습니다.
식사에서 치즈의 위치
프랑스의 전통적인 식사에서 치즈는 메인 요리와 디저트 사이에 나옵니다. 프로마주(fromage) 코스라 하며, 치즈 플래터(plateau de fromages)에 3~7종의 치즈를 담아 식탁에 돌립니다. 각자 원하는 치즈를 조금씩 자신의 접시에 덜어 빵과 함께 먹습니다.
치즈 플래터를 구성할 때는 다양한 유형의 치즈를 포함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질 치즈, 경질 치즈, 블루 치즈, 염소 치즈 등을 골고루 넣어야 좋은 프로마주 플래터입니다.
자르는 법
치즈의 모양에 따라 자르는 방법이 다릅니다. 원칙은 모든 사람이 치즈의 중심부(가장 맛있는 부분)를 공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자르는 것입니다.
- 원형 치즈(카망베르, 브리 등): 케이크처럼 중심에서 바깥으로 삼각형으로 자릅니다.
- 삼각형 치즈(콩테, 보포르 등의 조각): 삼각형의 꼭짓점에서 바깥쪽으로 자릅니다. 꼭짓점 부분만 먹고 가장자리를 남기면 실례입니다.
- 원통형 치즈(생모르 등): 동전 자르듯 원형으로 자릅니다.
- 피라미드형 치즈(발랑세 등): 꼭대기에서 아래로 삼각형으로 자릅니다.
먹는 순서
여러 종류의 치즈를 먹을 때는 맛이 순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순서를 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선 치즈, 염소 치즈, 연질 치즈, 반경질/경질 치즈, 블루 치즈 순으로 먹으면 앞의 치즈 맛을 뒤의 치즈가 덮지 않습니다.
곁들이는 것
- 빵: 치즈와 가장 기본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빵입니다. 바게트가 가장 일반적이며, 호밀빵은 블루 치즈와, 호두빵은 경질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크래커를 곁들이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 과일과 견과: 무화과, 포도, 사과, 배 등의 과일과 호두가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꿀(miel)도 블루 치즈나 염소 치즈에 좋은 페어링입니다.
- 버터: 프랑스에서는 치즈에 버터를 곁들이지 않습니다.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를 올리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치즈와 와인 페어링
프랑스 문화에서 치즈와 와인의 조합은 가장 중요한 미식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기본 원칙
- 같은 지역의 치즈와 와인을 매칭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습니다. 이것을 Ce qui pousse ensemble va bien ensemble(같은 곳에서 자란 것은 함께 잘 어울린다)라고 합니다.
-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이 치즈와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입니다. 레드 와인의 탄닌이 치즈의 지방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달콤한 와인은 강한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로크포르와 소테른(Sauternes)의 조합은 프랑스 미식의 고전입니다.
구체적인 페어링
- 카망베르/브리: 상파뉴(Champagne), 시드르(Cidre, 사과주), 부르고뉴 피노 누아
- 콩테: 쥐라 지방의 뱅 존(Vin Jaune), 부르고뉴 샤르도네
- 로크포르: 소테른(달콤한 디저트 와인), 포트 와인, 바뉼스(Banyuls)
- 염소 치즈: 루아르 밸리의 상세르(Sancerre), 푸이 퓌메(Pouilly-Fume)
- 에푸아스: 부르고뉴 샤르도네, 마르크 드 부르고뉴
- 르블로숑: 사부아 지방의 화이트 와인
- 블루 도베르뉴: 달콤한 화이트 와인, 뮈스카(Muscat)
치즈 쇼핑 가이드
프랑스에서 치즈를 구매하는 방법과 장소를 알아봅니다.
프로마쥬리 (Fromagerie)
치즈 전문점입니다. 프로마제(fromager, 치즈 전문가)가 운영하며, 치즈의 숙성 상태를 관리하고 고객에게 조언해 줍니다. 좋은 프로마쥬리에서는 치즈를 미리 잘라 놓지 않고 주문에 맞게 잘라 줍니다.
프로마쥬리에서 치즈를 고를 때는 프로마제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저녁에 먹을 건지 며칠 후에 먹을 건지, 어떤 와인과 함께할 건지 등을 말하면 최적의 숙성 상태의 치즈를 골라 줍니다.
마르셰 (Marche)
프랑스의 재래시장에서도 치즈를 살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 직접 만든 치즈(fromage fermier)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것과는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식(degustation)을 시켜 달라고 하면 맛을 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
일상적인 치즈는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프랑스 슈퍼마켓의 치즈 코너는 한국의 김치 코너처럼 매우 넓고 종류가 다양합니다. 산업 생산(industriel)과 장인 생산(artisanal)의 차이가 있으니, AOP 마크가 있는 것을 선택하면 품질이 보장됩니다.
보관 방법
치즈는 냉장고의 채소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차가운 곳에 두면 맛이 발달하지 않고, 너무 따뜻하면 빨리 상합니다. 먹기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두어야 치즈 본래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치즈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규칙입니다.
치즈를 활용한 프랑스 요리
프랑스 요리에서 치즈는 그 자체로 먹는 것 외에도 다양한 요리에 활용됩니다.
- 라클레트(Raclette): 스위스가 원산이지만 프랑스 사부아 지방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요리입니다. 라클레트 치즈를 녹여 삶은 감자, 햄, 피클 위에 뿌려 먹습니다. 겨울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먹는 대표적인 요리입니다.
- 퐁뒤(Fondue): 치즈를 와인과 함께 녹여 빵 조각을 찍어 먹는 요리입니다. 사부아 지방에서 겨울에 특히 인기이며, 콩테, 보포르, 에멘탈 등을 섞어 만듭니다.
- 타르티플레트(Tartiflette): 감자, 양파, 베이컨, 크림, 르블로숑 치즈를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운 요리입니다. 사부아 지방의 겨울 요리로, 스키 리조트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입니다.
- 크로크 무슈(Croque-monsieur): 햄과 그뤼에르 치즈를 넣은 토스트 위에 베샤멜 소스와 치즈를 올려 구운 것입니다.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리면 크로크 마담(Croque-madame)이 됩니다.
- 수플레 오 프로마주(Souffle au fromage): 치즈 수플레는 프랑스 가정 요리의 대표작입니다. 그뤼에르나 콩테를 사용하며, 오븐에서 나오면 순식간에 꺼지므로 바로 먹어야 합니다.
치즈는 프랑스 식문화의 핵심이자 자부심입니다. 프랑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동네의 프로마쥬리에 들러 프로마제와 대화하며 치즈를 고르는 경험을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낯선 냄새와 맛에 당황할 수 있지만, 하나씩 시도하다 보면 치즈의 깊고 다양한 세계에 매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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