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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이 크리스마스 빵이 된 600년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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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이 크리스마스 빵이 된 600년의 사연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의 역사와 드레스덴 슈톨렌 축제 이야기. 버터와 설탕으로 쌓인 시간.

2026-04-27·7분 읽기

12월에 독일 마트에 가면 슈톨렌(Stollen)이 쌓여있다. 크기가 작은 것부터 벽돌만 한 것까지. 처음에 사서 먹었을 때 "이게 뭐지? 과일 케이크인가?" 싶었다. 두 번째 먹을 때 이해가 됐다. 세 번째부터 기다리게 됐다.

슈톨렌은 만드는 날보다 2~3주 숙성한 게 더 맛있다. 독일 크리스마스의 카운트다운 음식이다.

슈톨렌이 뭔지

슈톨렌은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이다. 밀가루 반죽에 건포도, 건자두, 오렌지·레몬 껍질 절임, 아몬드가 들어가고, 안에 마지판(marzipan, 아몬드 페이스트)을 넣기도 한다. 구운 후 녹인 버터를 표면에 충분히 바르고, 슈가파우더를 두껍게 뿌린다.

슈가파우더의 하얀 덮개가 예수를 감싼 천을 상징한다는 설이 있다. 빵 모양 자체도 아기 예수를 둘러싼 포대기를 형상화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인지 후대에 붙인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미지가 슈톨렌을 크리스마스 심벌로 만들었다.

600년 전 이야기

슈톨렌의 역사는 14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50년 드레스덴(Dresden)에서 빵 조합이 선제후에게 슈톨렌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제는 당시 슈톨렌이 맛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순절(대림절, Advent) 기간에는 버터와 우유가 금지됐기 때문에, 당시 슈톨렌은 물, 밀가루, 오일만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맛이 형편없었다.

1490년, 드레스덴의 작센 선제후들이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에게 버터 사용 허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버터 서한(Butterbrief)'이라고 불린다. 교황은 허가했다. (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내는 조건으로.)

버터가 들어간 슈톨렌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오렌지 껍질, 건포도, 아몬드, 마지판이 더해지면서 현재 형태가 됐다.

이 600년의 역사가 드레스덴 슈톨렌에 대한 자부심의 근거다.

드레스덴 슈톨렌 축제

매년 12월 둘째 주 토요일, 드레스덴에서 슈톨렌페스트(Stollenfest)가 열린다. 2025년 기준으로 20년 이상 이어진 행사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거대 슈톨렌이다. 매년 장인들이 협력해 만드는 슈톨렌의 무게는 수 톤에 달한다. 2015년에는 4.2톤짜리가 만들어졌다. 이 슈톨렌을 퍼레이드에서 운반하고, 행사 후에 조각내어 판매한다.

드레스덴에서 만들어진 슈톨렌에는 EU 보호 지리적 표시(PGI)가 있다. 'Dresdner Christstollen'이라는 명칭은 드레스덴과 그 주변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만 사용할 수 있다. 드레스덴 슈톨렌 협회 회원만 이 이름을 쓸 수 있다.

600년 전부터 이어진 빵 하나에 종교, 정치, 법이 다 얽혀있다. 음식의 역사란 결국 사람의 역사다.

슈톨렌 제대로 먹는 법

독일 사람들은 슈톨렌을 굽고 나서 바로 먹지 않는다. 최소 2주, 이상적으로는 4주 이상 숙성시킨다. 랩이나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서늘한 곳에 두면 건포도와 과일 향이 빵에 스며들고, 맛이 깊어진다.

잘라서 먹을 때는 크림치즈나 버터를 바르는 경우도 있고, 그냥 먹기도 한다. 글뤼바인(Glühwein, 따뜻한 뮬드 와인)과의 조합이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의 정석이다.

한국에서 슈톨렌이 인기 있어서 최근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고 바로 먹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2주만 기다리면 완전히 다른 맛이 된다.

슈톨렌 관련 독일어

  • 「Haben Sie Dresdner Stollen?」— 드레스덴 슈톨렌 있나요?
  • 「Wann ist der Stollen am besten?」— 슈톨렌은 언제 제일 맛있나요?
  • 「Wie lange hält er sich?」— 얼마나 보관할 수 있나요?
  • 「Ist Marzipan drin?」— 마지판이 들어있나요?
  • 「Darf ich probieren?」— 시식해봐도 될까요?

12월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것 중 하나다. 슈톨렌을 손에 들고, 글뤼바인 한 잔 마시며 조명 장식을 보는 것. 독일 크리스마스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경험이다. 그 빵 한 조각에 600년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맛도 조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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