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사람한테 "맨해튼 좋아해요?" 하고 물었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일하러 가는 곳"이라고 했다. 브루클린은 사는 곳이라고.
그 태도가 음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맨해튼 레스토랑과 브루클린 레스토랑의 차이
맨해튼 레스토랑은 보통 두 가지다. 미슐랭 스타 받은 고급 레스토랑이거나, 관광객 상대 체인점이거나. 중간이 없다.
브루클린은 중간이 있다. 동네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30석짜리 식당이 살아남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난리 나면 맨해튼에서 손님이 오기도 하지만, 원래 동네 단골로 먹고사는 곳.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가 임대료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식당을 열려면 월세만 수만 달러가 기본이다. 브루클린은 동네에 따라 다르지만 훨씬 현실적이다. 그래서 돈 없는 창의적인 셰프들이 브루클린으로 몰렸고, 그 결과가 지금의 음식 씬이다.
동네마다 다른 맛
브루클린은 하나의 동네가 아니다.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파크 슬로프(Park Slope), 부시윅(Bushwick), 베드 스타이(Bed-Stuy), 선셋 파크(Sunset Park)... 각각 분위기도 인구도 완전히 다르다.
윌리엄스버그는 2000년대 초반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힙해진 동네다. 지금은 임대료가 올라서 많은 예술가들이 떠났지만, 음식 씬은 남아있다. 조그만 라멘 가게, 내추럴 와인 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가 한 블록에 다 있다.
선셋 파크는 뉴욕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있는 동네다. 맨해튼 차이나타운이 관광지화된 것과 달리, 여기는 여전히 중국계 이민자들의 실생활 거점이다. 딤섬 가게에서 메뉴판이 중국어로만 돼 있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이게 맛있다는 신호다.)
베드 스타이는 역사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강한 동네다. 전통 소울 푸드 식당, 카리브계 식당, 그리고 최근 들어온 아프리카 음식 가게들이 섞여 있다.
브루클린 음식 지도는 곧 이민의 역사 지도다.
브루클린 피자 논쟁
뉴욕 피자는 뉴욕 피자인데, 브루클린 사람들은 종종 "진짜 뉴욕 피자는 브루클린 거"라고 주장한다. 맨해튼 관광지 피자와 브루클린 동네 피자집은 다르다는 논리다.
1905년에 문을 연 룬치오네라(Luncheonette)나, 디 파라(Di Fara Pizza) 같은 곳이 단골들의 성지다. 디 파라는 도미니코 데마르코라는 할아버지가 1965년부터 거의 직접 피자를 굽고 있는 곳이다. 줄이 1~2시간씩 서야 하는데도 사람들이 간다.
실제로 먹어보면 그냥 피자다. 하지만 그 '그냥'의 완성도가 다르다.
브루클린에서만 파는 것들
브루클린은 식품 제조 트렌드에서도 앞서있다. 2010년대 초반 '크래프트 음식' 붐이 일어났을 때, 브루클린은 그 중심지였다.
- 마스 & 밸리(Mast & Valley) — 브루클린 기반 빈투바 초콜릿
- 임파서블 피클스 같은 소규모 피클 브랜드
- 브루클린 브루어리(Brooklyn Brewery) — 1988년 설립, 지금은 전국 배포
"Made in Brooklyn" 라벨이 마케팅으로 쓰일 만큼 브랜드 가치가 생겼다. 재밌는 건, 이게 한때 허름하고 가난한 동네의 이미지였다는 거다. 지금은 완전히 뒤집혔다.
브루클린 영어는 따로 있다
브루클린 액센트는 뉴욕 영어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뉴욕 사람' 연기할 때 과장하는 게 대부분 브루클린 스타일이다.
- "cawfee" — coffee (r 발음이 없어진다)
- "tawk" — talk
- "wawk" — walk
- "boid" — bird (예전에 더 강했고 지금은 많이 줄었다)
현대 브루클린에서 이 액센트는 점점 희석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더 표준적인 미국 영어를 쓴다. 그래도 나이 든 이탈리아계, 유대계, 아일랜드계 커뮤니티에 가면 여전히 들을 수 있다.
음식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브루클린을 가장 잘 경험하는 방법은 별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거다. 잘못 들어간 골목에서 예상치 못한 베트남 식당을 발견하거나, 지하에 있는 중고 레코드 가게 옆에 스페인 타파스 바가 있거나. 브루클린은 찾아다니면 실망하고, 그냥 걷다 보면 만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