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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이브스루는 왜 모든 걸 차에서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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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이브스루는 왜 모든 걸 차에서 해결할까

햄버거뿐 아니라 결혼식, 약국, 은행, 장례식까지. 자동차 문화가 만든 미국식 일상.

2026-04-30·9분 읽기

LA에서 운전하던 중 친구가 "잠깐 들렀다 갈게"라며 차선을 바꿨다. 들어간 곳이 약국 드라이브스루였다. 약사가 작은 창문에서 처방약을 건네줬다. 차에서 안 내렸다. 5분도 안 걸렸다.

그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친구가 결혼식 견학을 보여줬는데, 라스베이거스 외곽의 "드라이브스루 웨딩 채플"이었다. 차 안에 앉은 채로 목사 앞에 잠깐 멈춰서 결혼 서약하고 가는 곳이다.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미국이다.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의 시작

드라이브스루의 시초는 1940년대 후반 텍사스의 햄버거 가게다. In-N-Out Burger가 1948년 캘리포니아 볼드윈 파크에 첫 매장을 열면서 차에서 주문하고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이크로 주문, 창문에서 픽업.

이전에는 차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트레이를 들고 와서 차에 걸어주는 "drive-in" 방식이었다. (그라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드라이브"스루"는 그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지금은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타코벨, 스타벅스, 던킨, 칙필레 —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 체인이 드라이브스루를 운영한다. 일부 매장은 드라이브스루가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코로나 이후 그 비율이 더 늘었다.

드라이브스루 영어가 따로 있다

드라이브스루에서 주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표현들이 있다.

  • "Welcome to [매장명], may I take your order?" — 환영 문구
  • "Will that be all?" — 더 시킬 거 있어요?
  • "For here or to go?" — 이건 드라이브스루에서는 안 묻는다 (다 to go)
  • "Pull up to the next window" — 다음 창문으로 이동하세요
  • "Pull forward please" — 앞으로 더 와주세요

처음 미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시도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마이크 너머로 들리는 음성이다. 잡음 많고, 빠르고, 종업원도 30초 안에 끝내려고 한다. 발음이 좀 모자라면 그냥 "Can you repeat that?"이라고 말하면 된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약국, 은행, 우체국까지

진짜 놀라운 건 햄버거가 아니라 다른 업종들이다.

드라이브스루 약국(pharmacy drive-thru) — CVS, Walgreens, Rite Aid 같은 대형 약국 체인은 거의 다 드라이브스루를 갖고 있다. 처방전 픽업, 일반 약 구매, 인플루엔자 백신까지 차에서 받을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 은행(bank drive-thru) — 입금, 출금, 수표 처리. 진공 튜브에 봉투 넣어서 안으로 보내면 직원이 처리하고 다시 튜브로 돌려준다. 이 시스템 처음 보면 "이게 뭐야" 싶다.

드라이브스루 ATM — 차에 앉아서 현금 출금. 미국 은행 대부분이 이걸 운영한다.

드라이브스루 커피 — 스타벅스도 그렇지만, 더 작은 로컬 체인 Dutch Bros, Scooter's 같은 곳들은 매장 내부 좌석이 거의 없고 드라이브스루 전용으로 운영된다.

미국에서 차에서 못 하는 일을 찾는 게 더 빠르다. 장보기, 영화 관람, 심지어 동물 사파리도 차에서 한다.

진짜 이상한 드라이브스루들

미국 곳곳에 "이게 진짜 있다고?" 싶은 드라이브스루들이 있다.

라스베이거스 결혼식 채플 — A Little White Wedding Chapel 같은 곳은 차 안에서 결혼식을 진행한다. 빠른 결혼이 가능한 네바다주의 특성과 결합된 결과다. 30분이면 끝난다.

오클라호마의 드라이브스루 장례식 조문(funeral viewing) — 시카고와 오클라호마시티 일부 장례식장은 차에서 고인을 조문할 수 있는 창문을 운영한다. 거동 불편한 노인이나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한다.

드라이브스루 동물원(safari park) — 텍사스의 Fossil Rim, 오하이오의 The Wilds 같은 곳은 차를 타고 야생 동물 사이를 지나가는 형식이다. 사파리 차는 대여 안 해주고 자기 차로 들어가야 한다.

드라이브스루 크리스마스 라이트 — 12월에 동네 공원이나 큰 가족 농장에서 크리스마스 조명 데코레이션을 차로 둘러보는 이벤트가 흔하다. 한 번 한 차당 20~30달러쯤.

자동차 의존이 만든 일상

이런 드라이브스루 문화의 근원은 미국의 자동차 의존도다. 대도시 외곽이나 교외(suburb)에서는 차 없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슈퍼마켓도 차로 가야 하고, 우체국도 차로 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는 옵션"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비 오는 날, 어린이 동승 시, 다리 다친 날, 잠깐 들르는 길 — 이런 상황이 일상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좀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LA에서 한 달 살아보고는 이해했다. 거기서는 차에서 내려 주차하고 매장 들어가서 줄 서고 다시 차로 돌아오는 게 진짜 비효율적이다. 드라이브스루 한 번이면 5분이 끝난다.

한국이랑 가장 다른 미국 풍경

한국에 있다가 미국 가면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이 차 중심의 일상이다. 한국에서는 골목 안 작은 가게에 걸어 들어가는 게 일상이지만, 미국 교외에서는 그럴 만한 가게 자체가 없다. 다 차로 가는 큰 매장이고, 매장 앞에는 거대한 주차장이다.

미국에 여행 가서 시내 관광만 하면 이 풍경을 못 본다. 도시 외곽으로 차 타고 한 번 나가보면 진짜 미국이 보인다. 스트립 몰(strip mall)과 드라이브스루 약국과 거대한 주차장. 그게 미국 일상의 풍경이다.

말하자면 미국은 자동차로 만들어진 나라고, 드라이브스루는 그 결과로 생긴 일상의 풍경이다. 햄버거뿐 아니라 결혼식과 장례식까지 차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그 사회가 자동차에 얼마나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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