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에서 처음 코인 빨래방(laundromat)에 갔다. 호스트 집 세탁기가 망가졌고, 옷이 한 가방 가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형광등이 너무 밝았다. 세탁기 30대, 건조기 20대가 양쪽 벽에 줄지어 있고, 가운데에 접이식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있었다. 누군가 의자에 앉아 빨래가 끝나길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통화하면서 양말을 짝맞추고 있었고.
이상하게 평화로웠다. 그날 두 시간을 거기서 보냈고, 그게 내가 본 가장 미국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왜 미국에는 코인 빨래방이 이렇게 많은가
미국 도시에 살아봤다면 알 거다. 한 블록에 코인 빨래방이 한두 개씩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아파트 — 특히 오래된 도시 아파트 — 의 상당수가 인 유닛(in-unit) 세탁기를 갖고 있지 않다. 뉴욕시 임대 아파트의 약 60%, 보스턴은 50% 이상이 세탁기 없는 집이다. 건물 지하에 공용 세탁실이 있는 곳도 많은데, 그것도 없으면 동네 코인 빨래방으로 가야 한다.
월세가 비싼 도시일수록 이 비율이 더 심하다. 임대인이 세탁기 공간을 줄여 거주 면적을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이 매주 빨래 가방을 들고 동네 빨래방으로 가는 게 일상이 된다.
동전과 카드, 그리고 알 수 없는 기계 작동법
코인 빨래방의 결제 시스템은 매장마다 다르다. 25센트 동전(quarter)만 받는 곳, 전용 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곳, 신용카드 직접 결제, 핸드폰 앱 결제까지.
처음 가는 사람은 결제 방식부터 헷갈린다. 25센트 동전이 6~10개 필요한 매장도 있어서 미리 환전기에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야 한다. 환전기가 고장난 매장도 흔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1달러를 25센트 4개로 바꿔달라고 부탁해야 할 수도 있다.
세탁기 사용법도 직관적이지 않다. 동전 넣고 시작 버튼 누르는 게 아니라, 세제 먼저 넣고 옷 넣고 옵션 고르고 동전 슬롯에 동전 떨어뜨리고 슬라이더를 안으로 밀어야 시작되는 식이다. 처음 보면 "이게 어떻게 돌아가지" 싶다.
미국 코인 빨래방의 첫 방문은 일종의 시험이다. 한 번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익숙해진다.
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모두 따로 사야 한다
빨래방에 도구가 다 갖춰져 있지 않다. 세제(detergent), 표백제(bleach), 섬유유연제(fabric softener), 건조기 시트(dryer sheet) — 다 따로 가져와야 한다.
빨래방 안에 자판기가 있어서 1회용 세제 패키지를 1~2달러에 사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비싸다. 정기적으로 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람은 큰 통의 Tide나 Gain을 따로 가지고 다닌다.
가장 미국적인 광경 중 하나가 토요일 아침 빨래방에서 큰 세제통과 빨래 가방을 양손에 든 사람들이다. 부피가 커서 차로 와야 한다. 지하철 타고 빨래방 가는 게 가능하긴 한데, 빨래 양이 적을 때만 그렇다.
한 시간 동안 뭐 하나
세탁기 한 번 3045분, 건조기 한 번 3050분. 한 사이클이 약 1시간 반이다.
이 시간 동안 빨래방을 떠날 수 있느냐 — 매너상의 문제다. 빨래가 끝났는데 안 와있으면 다른 사람이 옷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만지는 게 좀 이상하지만, 그래야 다음 사람이 세탁기를 쓸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빨래방에 머문다. 책 읽기, 핸드폰, 빨래 옆에서 친구 통화. 가끔 빨래방 안에 작은 카페나 자판기가 있는 곳도 있다. 와이파이 무료인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가나 주거 밀집 지역의 빨래방은 거의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단골 주민들끼리 인사하고, 빨래방 주인 할머니가 누가 누군지 다 안다.
빨래방에서 본 미국 사회
내가 두 시간 동안 거기서 본 풍경이 다양했다. 혼자 사는 노인, 학생 두 명, 갓난아기 옷을 한 가방 가지고 온 엄마, 운동복 한 가방을 그대로 통째로 넣은 청년 (세제도 안 넣었다), 자기 옷을 한 시간째 접고 있는 중년 남자.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회 계급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미국에서 이런 공간은 의외로 드물다. 카페, 식당, 쇼핑몰은 사실 사회 계급별로 분리돼 있다. 빨래방은 그게 덜하다.
영화나 시트콤에서 빨래방 장면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있다. '프렌즈'에서 레이첼이 처음 빨래방을 가는 에피소드, '사인필드'의 빨래방 장면, '그녀와 그녀의 단편들'의 빨래방 장면. 이게 미국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공간이라서다.
빨래방 영어 몇 가지
이런 표현들 알아두면 유용하다.
- Wash and fold — 세탁+건조+개기까지 다 해주는 서비스 (1파운드당 1~2달러)
- Drop-off service — 옷 두고 가면 알아서 빨아주는 서비스
- Heavy load — 큰 사이즈 세탁기 (담요, 시트 등)
- Permanent press / delicate / heavy duty — 세탁 모드 옵션
- Dryer sheets — 건조기에 넣는 향기 시트
- Fabric softener dispenser — 섬유유연제 넣는 칸 (없는 기계도 많음)
한 번쯤 가봐야 할 이유
미국에 단기 여행 가는 사람한테는 빨래방 갈 일이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한 달 이상 머문다면, 또는 미국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라면 빨래방 경험은 거의 필수다.
처음 갔을 때 헷갈리고 좀 위축되더라도 괜찮다. 옆에 있는 단골 아주머니한테 "How does this machine work?"이라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빨래방은 그런 곳이다.
솔직히 말하면 호텔에 묵으면서 깨끗한 미국 도시만 보면 미국이 잘 안 보인다. 빨래방, 다이너, 우체국, 동네 약국 — 이런 일상 공간에서 미국이 더 진하게 보인다. 빨래 한 가방 들고 동네 빨래방에 한 번쯤 가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