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어디 바비큐가 진짜야?"라고 물으면 싸움이 난다. 진심으로.
텍사스 사람한테 캐롤라이나 식 바비큐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건 그냥 돼지 식초 절임이지 바비큐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사람한테 텍사스 이야기를 했더니 "Texas brisket? 그냥 고기 덩어리 연기 쐬는 거잖아요, 소스도 없이"라고 했다.
둘 다 자기 바비큐가 맞고 상대방 건 아니라고 했다. 이게 미국 바비큐 문화다.
바비큐의 기원부터가 이미 다른 이야기
"BBQ"의 어원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 카리브해 원주민 언어의 "barabicoa"(고기를 올려 굽는 나무 구조물)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페인 탐험가들이 이 단어를 들여와 영어로 바뀌었다는 것.
하지만 미국 남부 바비큐는 그것과는 또 별도로 발전했다. 노예제 시대에 노예들이 버려진 돼지 부위(갈비, 어깨, 족발)를 오랫동안 낮은 온도에서 굽는 방법을 개발했다. "Low and slow" — 낮은 불에 오래. 질긴 부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기술이 각 지역의 기후, 재료, 이민 문화와 결합하면서 오늘날의 바비큐 지역 다양성이 생겼다.
텍사스 — 소고기, 연기, 소스 없음
텍사스 바비큐의 대표는 브리스킷(brisket), 소 가슴 부위다. 소금과 후추만 발라 오크 나무 연기로 12~18시간 훈제한다.
소스를 안 뿌린다. 오히려 소스가 필요하다면 고기가 잘못된 거라는 태도가 있다.
텍사스에서 전설적인 곳은 오스틴 근처의 Salt Lick과 록하트(Lockhart)의 Kreuz Market이다. Kreuz Market은 포크도 안 준다. "고기는 손으로 먹는 거야" 방침이 수십 년째다. 처음에는 황당하지만, 막상 손으로 찢어 먹으면 그게 맞는 것 같다.
텍사스 바비큐는 고기 자체에 대한 신뢰다. 양념보다 고기, 고기보다 불 다루는 기술.
캐롤라이나 — 식초가 핵심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돼지고기 바비큐의 본진이다. 그런데 같은 캐롤라이나 안에서도 동부와 서부가 다르다.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 돼지 전체를 쓰고 식초+고추 기반 소스. 새콤하고 가볍다. 노스캐롤라이나 서부(Lexington 스타일) — 어깨살 위주, 식초에 케첩이 약간 들어간 소스. 사우스캐롤라이나 — 머스터드(겨자) 기반 소스. 독일 이민자 영향이다.
머스터드 바비큐 소스는 처음 들으면 이상한데, 먹어보면 의외로 잘 맞는다. 돼지고기의 지방과 머스터드 산미가 균형을 이룬다.
캔자스시티 — 소스의 왕국
캔자스시티는 소스로 승부한다. 두껍고 달콤하고 스모키한 토마토 기반 소스, 그게 캔자스시티 스타일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둘 다 쓰고, "burnt ends"가 유명하다. 브리스킷의 끝 부분을 다시 훈제해서 캐러멜화시킨 것인데, 표면이 살짝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이게 캔자스시티에서는 별미다.
Arthur Bryant's는 1930년대부터 있는 노포인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문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실내 인테리어가 딱히 없어도 사람이 가득 찬다.
멤피스 — 드라이 럽의 도시
멤피스 바비큐는 돼지 갈비(pork ribs)가 중심이다. 독특한 점은 "dry rub" 문화다. 소스를 발라 굽는 게 아니라, 각종 향신료를 섞은 드라이 럽을 고기에 문질러서 굽는다.
고기 표면에 향신료 크러스트가 형성되면서 식감과 풍미 두 가지를 동시에 얻는다. 먹을 때 소스를 찍어먹는 사람도 있고 그냥 먹는 사람도 있다.
멤피스의 Rendezvous는 반지하에 위치한 오래된 식당인데, 줄을 서서 들어간다. 메뉴판에 "Dry ribs or wet ribs?" 두 가지만 있다. 이 질문 하나로 모든 선택이 끝난다.
지역 다양성이 살아있는 이유
미국 바비큐가 이렇게 지역별로 달라진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텍사스는 소 목장 문화, 캐롤라이나는 돼지 농장 문화, 캔자스시티는 철도 교차점으로 다양한 재료가 모였던 역사가 있다. 거기에 독일 이민, 아프리카계 미국인 요리 전통, 원주민 훈제 기술이 섞였다.
체인 레스토랑이 전국화되는 시대에도 지역 바비큐 장인들은 자기 스타일을 유지한다. 맥도날드처럼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아무도 원하지도 않는다.
미국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바비큐 지역 하나씩 먹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텍사스 브리스킷과 노스캐롤라이나 식초 소스 돼지고기를 같은 날 먹을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지만, 그건 너무 먼 거리다. 하나씩, 천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