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처음 브라스리에 들어갔을 때, 저녁 7시인데 이미 반쯤 차 있었다. 웨이터가 빠르게 와서 메뉴판을 건네주더니 바로 가버렸다. 한국 서비스에 익숙했다면 당황했을 텐데, 파리 스타일이라는 게 그거다. 방해하지 않는다. 부를 때 온다.
그 웨이터의 태도가 브라스리 분위기 자체였다.
브라스리는 카페와 다르다
파리에는 세 가지 유사한 개념이 있어 헷갈린다. 카페(café), 비스트로(bistro), 브라스리(brasserie).
카페는 커피와 간단한 것을 파는 곳. 오래 앉아있는 문화다.
비스트로는 원래 러시아어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 작은 음식점이다. 가정식에 가깝고, 메뉴가 적고, 분위기가 아늑하다.
브라스리는 원래 알자스(Alsace) 지방에서 맥주를 만들던 양조장(brasserie=양조장)에서 출발했다. 19세기 알자스 이민자들이 파리로 올 때 이 문화를 가져왔다. 지금은 맥주보다 음식에 집중하지만, 알자스 요리가 메뉴에 많다.
브라스리는 규모가 크다. 100~300석이 보통이다. 대형 거울, 빨간색 가죽 의자, 황동 장식, 천장이 높은 공간이 전형적인 인테리어다. 화려하지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브라스리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것들
브라스리 메뉴는 프랑스 클래식의 압축본이다.
슈크루트(Choucroute garnie): 알자스 대표 요리다. 발효 양배추(슈크루트) 위에 각종 소시지, 베이컨, 때로는 돼지 족발까지 올린다. 양이 상당하다. 혼자 먹기에 도전적인 양이다. 맥주나 알자스 리즐링과 마신다.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 생 다진 쇠고기를 날달걀 노른자, 케이퍼, 머스타드, 피클, 파와 섞은 것이다. 익히지 않은 고기다. 처음엔 무서운데, 잘 만든 타르타르는 부드럽고 감칠맛이 진하다. 프리트(감자튀김)와 같이 나온다.
스테이크 프리트(Steak frites): 프랑스식 스테이크. 미디엄 레어(à point)로 주문하는 게 기본 예의처럼 여겨진다. 웰던을 요청하면 프랑스 주방에서 속으로 실망한다고들 한다. (물론 요청하면 해주지만.)
오 세 알 부르(Os à moelle): 소 뼈에서 꺼내 구운 골수다. 빵 위에 발라 먹는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 번쯤은 시도할 만하다.
브라스리는 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검증된 클래식을 정직하게 내는 것이 이 공간의 역할이다.
유명한 파리 브라스리들
파리에서 역사 있는 브라스리들이 있다. 관광지라고 무시하기엔 아깝다.
브라스리 리프(Brasserie Lipp): 생제르맹 데프레 6구에 1880년 문을 열었다. 헤밍웨이, 피카소, 시몬 드 보부아르가 드나들었던 곳이다. 슈크루트가 유명하다.
라 쿠폴(La Coupole): 몽파르나스의 1927년 개업 브라스리. 350석 규모. 조각가와 화가들이 그린 기둥 장식이 지금도 남아있다. 해산물 플래터가 명물이다.
브라스리 바렌제(Brasserie Bofinger): 바스티유 광장 근처 1864년 개업.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브라스리 중 하나. 2층 아트 누보 돔이 아름답다.
브라스리에서 쓸 프랑스어
- 「Une table pour deux, s'il vous plaît」— 2인 테이블 부탁드립니다
- 「Je voudrais la choucroute garnie」— 슈크루트 갈니 주세요
- 「Un verre de bière pression, s'il vous plaît」— 생맥주 한 잔 주세요
- 「La viande, comment vous la voulez ?」(웨이터가 물음) — 고기 굽기를 어떻게 하시겠어요?
- 「Saignant」— 레어 / 「À point」— 미디엄 / 「Bien cuit」— 웰던
- 「L'addition, s'il vous plaît」— 계산서 부탁드립니다
파리를 처음 가면 에펠탑, 루브르, 베르사유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다 봐야 하지만, 저녁에 오래된 브라스리에 앉아서 스테이크 프리트와 와인 한 병을 시키는 시간도 빠뜨리지 않길 바란다. 그 두세 시간이 여행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