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오텔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프랑스 노부부가 서로 한 마디도 안 하고 각자 빵을 먹고 있었다. 어색한 게 아니라 완벽하게 편안한 침묵이었다. 그 침묵이 도르도뉴(Dordogne)의 리듬이었다.
도르도뉴가 뭔지
도르도뉴는 프랑스 남서부 누벨 아키텐(Nouvelle-Aquitaine) 지역의 주(département)다. 행정 지역 이름이지만, 여행자들은 도르도뉴 강(Rivière Dordogne) 일대의 페리고르(Périgord) 지방을 통칭해서 도르도뉴라고 부른다.
수도에서 멀다. 파리에서 차로 5~6시간, 보르도에서 2시간 정도. 가까운 TGV 역은 사를라(Sarlat) 근처 수야크(Souillac)다. 이 '가기 불편함'이 도르도뉴를 보존시킨 이유 중 하나다.
왜 가야 하는가? 세 가지다.
첫째, 선사시대 동굴 벽화. 라스코(Lascaux) 동굴이 여기 있다. 원본은 1963년부터 보존 문제로 폐쇄됐지만, 정교한 복제 동굴인 라스코 4(Lascaux IV)가 2016년 개관했다. 약 17,000년 전 그림이다.
둘째, 음식. 프와그라(foie gras, 거위 간), 트뤼프(truffe, 송로버섯), 마기레(magret, 오리가슴살), 호두(noix)가 이 지방 특산이다. 프랑스에서도 미식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셋째, 풍경. 석회암 절벽 위에 올라선 중세 성들, 클리프(절벽) 마을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카누 코스.
사를라, 가장 완벽한 중세 마을
도르도뉴 여행의 거점으로 삼기 좋은 곳이 사를라라 카네다(Sarlat-la-Canéda)다. 인구 1만 명 남짓이지만, 구시가지 전체가 중세 건축물이다. 18세기 이후 건물이 거의 없다. 1962년에 역사보존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사를라 시장(Marché de Sarlat)은 절대 빠지지 않아야 한다. 프와그라 통조림, 트뤼프 오일, 호두 기름, 자주 말린 오리 가슴살, 지역 치즈들이 좁은 골목에 가득 펼쳐진다. 파리 마르셰와 다른 점은 파는 사람이 대부분 직접 기른 농부라는 거다.
한 아주머니가 프와그라 통조림을 팔면서 직접 기른 거위 사진을 가방에 붙여두고 있었다. 거위 이름도 있었다.
프와그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도르도뉴에서 프와그라를 먹지 않고 오는 건 뭔가 빠뜨리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프와그라는 거위나 오리에게 강제로 사료를 많이 먹여 간을 비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만든다. 동물 복지 논쟁이 있고, 일부 나라에서 판매 금지가 됐다. 이 점은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이 다르다.
그래도 현지에서 먹어보면, 그 복잡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맛이 탁월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뜻한 브리오슈 빵에 올린 프와그라, 살짝 단맛 나는 소테른 와인과의 조합은 경험이다.
음식에는 역사가 있고, 역사에는 아름다운 것과 불편한 것이 섞여 있다. 도르도뉴 음식은 그 양면을 모두 보여준다.
베제르 계곡의 선사시대 흔적
도르도뉴 베제르 강(Vézère) 계곡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레 제지 드 타야크(Les Eyzies-de-Tayac) 마을이 '선사시대의 수도'라고 불린다.
라스코 4 이외에도 폰 드 감(Font-de-Gaume) 동굴(원본 벽화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로프 퀴이악(Rouffignac) 동굴(미니 전기 기차 타고 들어가는 동굴), 국립 선사시대 박물관 등이 있다.
이 지역에 구석기 시대 인류가 집중된 이유는 강과 절벽이 제공하는 자연적인 은신처와 먹을거리 때문이었다.
도르도뉴 여행에서 쓸 프랑스어
- 「Avez-vous du foie gras artisanal?」— 수제 프와그라 있나요?
- 「C'est de la production locale?」— 이거 현지산인가요?
- 「Je voudrais visiter les grottes. Quelles sont les meilleures?」— 동굴 탐방하고 싶은데, 어느 곳이 좋나요?
- 「Un verre de Bergerac rouge, s'il vous plaît」— 베르주라크 레드와인 한 잔 주세요
- 「C'est loin à pied?」— 걸어서 먼가요?
파리에서 TGV를 타고 샤토 투어만 하는 프랑스 여행도 좋다. 하지만 도르도뉴에서 일주일 보내면 다른 종류의 프랑스를 만난다. 서두르지 않는 시간, 알지 못하는 언어 속에서 만들어지는 소통, 17,000년 전 인류와의 기이한 연결. 그 경험들이 파리 루브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