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한 사우나에 처음 들어갔을 때, 수건으로 몸을 두른 채로 들어갔다가 안에 있던 독일인 아저씨한테 "여기는 그렇게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정중하게. 독일식으로 정중하게.
수건은 앉는 곳에 깔아야 한다는 규칙이었다. 몸에 두르는 게 아니라.
독일 사우나 문화의 핵심: 나체
독일 사우나의 가장 큰 특징은 FKK(Freikörperkultur, 자유 신체 문화)와 연결된 나체 문화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대부분의 사우나에서는 수영복 착용이 금지되거나 강하게 권장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문화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면 이상하게 자연스럽다. 독일인들이 서로의 몸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눈을 감거나, 천장을 보거나, 그냥 조용히 앉아있다. 어색한 시선이 없다.
이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 이후 도시에 살게 된 독일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 운동이 일어났고, 나체와 자연 접촉이 그 일부였다. FKK는 1920년대에 크게 유행했고, 동독에서는 서독보다 더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했다. 지금도 동독 출신 지역에서 FKK에 대한 거부감이 더 낮다고들 한다.
아우프구스: 사우나 안에서 의식이 펼쳐진다
독일 사우나를 경험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아우프구스(Aufguss, 직역하면 '붓기')다.
아우프구스는 달궈진 사우나 돌(kiuas, 키우아스)에 물과 에센셜 오일을 붓고, 큰 수건이나 부채로 뜨거운 증기를 방 안에 골고루 퍼뜨리는 의식이다. 보통 15~20분 정도 진행하며, 훈련된 아우프구스 마이스터(Aufgussmeister)가 진행한다.
단순히 물 붓는 게 아니다. 아우프구스 마이스터는 수건이나 타월을 특정 방식으로 회전시켜 뜨거운 공기를 사방에 고르게 분배한다. 어떤 곳에서는 음악을 틀고, 향기 오일을 바꿔가며 진행하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온도가 90~95도에서 훨씬 높게 느껴지고, 땀이 순식간에 쏟아진다.
처음엔 너무 덥다 싶으면 나와도 된다. 부끄럽지 않다. 독일인들도 중간에 나온다.
아우프구스는 독일 사우나 문화에서 가장 독특한 요소다. 같은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극한의 더위를 함께 버티는 공동 경험이다.
독일 사우나의 규칙들
독일 사우나에는 암묵적 규칙들이 있다.
조용히: 사우나 안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면 눈총 받는다. 속삭임이나 짧은 대화는 괜찮다.
수건 깔기: 앉거나 누울 때 반드시 자신의 수건을 깔아야 한다. 위생 문제다. 수건 없이 앉으면 규칙 위반이다.
나가고 들어올 때: 문을 빨리 닫아야 한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방해한다.
식히기: 사우나 후에는 차가운 물에 들어가거나 샤워를 한다. 독일 사우나 시설에는 냉수 풀, 냉수 샤워, 바깥 공기 테라스가 있다. 이 과정이 의료적으로도 중요하다.
핸드폰 금지: 대부분의 독일 사우나에서 핸드폰 사용, 특히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당연한 이유로.)
독일 각지의 사우나 문화
뮌헨의 무엘바트(Müllerbad), 함부르크의 알스터 사우나(Alstersauna), 베를린의 수많은 사우나 시설들. 독일 어느 도시에 가도 사우나는 있다.
핀란드계 사우나(Finn sauna)와 달리, 독일 사우나는 조금 더 젖은 열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우프구스 때문이다. 온도가 높고 습도도 어느 정도 있는 환경이 독일식이다.
바이에른 주 일부 지역에는 알프스 산속에 있는 자연 사우나들도 있다. 사우나 후에 알프스 설경을 바라보며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경험은 뮌헨 시내 시설과는 또 다른 수준이다.
사우나에서 쓸 독일어
- 「Wann findet der nächste Aufguss statt?」— 다음 아우프구스는 언제인가요?
- 「Darf ich ein Handtuch leihen?」— 수건 빌릴 수 있나요?
- 「Ist das ein gemischter Bereich?」— 남녀 혼용 구역인가요?
- 「Wie heiß ist die Sauna?」— 사우나 온도가 몇 도예요?
- 「Gibt es einen Kaltpool?」— 냉수 풀이 있나요?
독일인들이 사우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한 독일인이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는 모두가 같아요. 누가 의사고 누가 청소부인지 모르잖아요." 수건 하나만 남으면 사회적 계층이 잠시 사라진다는 거다. 그 민주주의적 감각이 독일 사우나 문화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