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기나미구 동네 마트 앞에서 한 광경을 봤다. 30대 여자가 자전거를 세웠다. 앞 좌석에 4살쯤 된 아이, 뒤 좌석에 2살쯤 된 아이, 손잡이 양쪽에 장본 봉투 두 개, 가슴에 캐리어로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
내릴 때 한 손으로 갓난아이를 받치면서 다른 손으로 자전거 스탠드를 발로 차서 세웠다. 그게 1초도 안 걸렸다. 옆에 있던 다른 엄마가 인사하고, 둘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끌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일본 도시의 일상이다. 마마차리(ママチャリ)라 부르는 자전거가 일본을 굴린다.
마마차리는 뭐가 특별한가
"마마차리"는 "마마(엄마) + 차리(자전거의 일본식 줄임말 チャリ)"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엄마 자전거". 사실은 엄마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일본 도시 거주자가 탄다.
일반 자전거랑 뭐가 다른가? 핵심은 실용성이다.
- 앞바구니 — 거의 무조건 있다. 가방, 장본 짐, 우산 다 들어간다.
- 뒤 짐받이 — 어린이 좌석을 달거나 큰 장보기 짐을 얹는다.
- 체인 가드 — 다리 옷에 기름 안 묻게 하는 보호 커버. 정장 입고도 자전거 탈 수 있다.
- 포가벨(스탠드) — 한 발로 차서 양쪽이 동시에 내려가는 양방향 스탠드. 한 손에 짐 들고도 세울 수 있다.
- 자물쇠 내장 — 뒷바퀴에 키로 잠그는 작은 자물쇠가 기본 장착.
- 다이나모 라이트 — 페달 돌리면 자동으로 켜지는 야간 라이트.
가격은 보통 25만 엔. 전기 모터가 달린 마마차리는 1020만 엔이고, 어린이 두 명을 태워도 가볍게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어린이 좌석 두 개의 정체
마마차리에 어린이 좌석을 앞뒤로 둘 다 다는 게 일본 도시 엄마의 표준이다. 6세까지의 어린이를 동시에 두 명 태우는 게 법적으로 허용된다.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균형을 잡고 있어서 신기했다. 사실 균형 잡기 어려운 게 맞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과 멈출 때가 가장 위험하다. 일본 엄마들은 출발할 때 스탠드를 발로 한 번에 차서 올리고, 그대로 페달을 밟아 출발한다. 멈출 때는 발로 받치면서 동시에 자물쇠를 잠근다. 거의 무용수 같은 동작이다.
전기 마마차리(電動アシスト自転車, 덴도 어시스트)는 이런 부담을 크게 줄였다. 페달 밟으면 모터가 도와주니까 어린이 두 명 태우고 언덕도 오른다. 일본 도시 엄마들 사이에서 사실상 표준이 됐다.
마마차리는 단순한 자전거가 아니라 일본 엄마의 두 번째 다리다.
왜 마마차리 문화가 일본에서 발달했나
이유는 도시 구조와 관련 있다. 일본 대도시는 좁은 골목, 좁은 도로, 주차 공간 부족이 특징이다. 차로 동네 마트 가는 게 비효율적이다. 자전거가 빠르고 주차도 편하다.
대중교통은 좋지만 어린아이 둘과 짐을 들고 전철 갈아타는 게 부담이다. 자전거는 집 앞에서 마트 앞까지 한 번에 간다.
또 일본 도시는 면적이 작다. 도쿄 23구 안에서 일상 생활권은 보통 반경 2~3km다. 자전거로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일본 도시 자전거 인프라가 잘 돼있다. 평지가 많은 동네 — 도쿄 23구 동쪽, 오사카 시내, 후쿠오카 시내 — 가 자전거 사용에 최적이다. 역 앞 자전거 주차장(駐輪場)이 어디에나 있고, 한 달 1500~3000엔 정도면 정기 이용권을 산다.
자전거에 관한 일본 법규
일본 자전거 규정이 의외로 엄격하다.
- 음주 자전거 금지 — 자동차랑 같은 수준의 처벌.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 벌금.
- 휴대폰 보면서 운전 금지 — 2024년 11월 법 개정으로 처벌 강화.
- 이어폰 금지 — 양 귀에 이어폰 끼고 운전하면 벌금.
- 우산 받치고 운전 금지 — 한 손 운전이라서 위반.
- 자전거 보험 의무화 — 도쿄, 오사카 등 대부분 도시에서 가입 의무.
이런 규정이 잘 안 알려져서 외국인들이 가끔 단속받는다. 특히 이어폰 끼고 자전거 타다가 경찰에게 호출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자전거 등록과 도난
일본에서 자전거를 사면 무조건 "방범 등록(防犯登録, 보한 토로쿠)"을 해야 한다. 약 600엔 비용으로 자전거에 등록 스티커를 붙이고, 자기 이름과 주소를 등록한다.
이 등록이 도난 추적에 쓰인다. 자전거를 도난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면 등록번호로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길에 자전거가 너무 많아서 도난이 흔하다는 거다. 역 앞 자전거 주차장에 잠금 안 한 자전거는 거의 100% 가져간다. 단순한 자물쇠로는 부족해서, 추가로 U자형 와이어 자물쇠를 채우는 게 안전하다.
자전거 위반 단속의 다른 차원
일본 경찰의 자전거 단속이 이상하게 자주 일어난다. 특히 야간에 무 라이트로 운전하면 거의 무조건 호출 당한다.
호출되면 짧은 신원 확인을 한다. 외국인 등록증(在留カード, 자이류 카드)을 보여주고, 자전거 등록 번호를 확인한다. 이 절차가 30분 걸릴 수도 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처음 경찰에게 호출 받는 경험이 자전거 무 라이트 운전인 경우가 많다.
처음 그런 일을 겪으면 좀 무섭지만, 일본 경찰은 보통 친절하다. 라이트 켜고 가라고만 하고 보내준다.
마마차리가 보여주는 일본 도시의 풍경
저녁 6시에 일본 동네 골목길에 서 있으면 풍경이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아이 데려오는 엄마들, 슈퍼마켓에서 장본 짐을 한 가득 실은 자전거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는 중학생들 — 다 자전거다.
자동차가 거의 안 보이는 시간이 있다. 골목길은 자전거의 영역이다. 좁은 길에서 자전거끼리 마주치면 서로 비켜주는 작은 의식이 있다. 한쪽이 멈추고 다른 쪽이 지나가도록.
이런 풍경이 일본 도시를 다른 도시들과 구별 짓는다. 한국이나 중국 도시는 자동차가 도시를 차지한다. 미국은 더 그렇다. 일본 도시는 자전거가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1년 살면서 마마차리 한 번 빌려 타본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출퇴근, 장보기, 동네 카페 가기 — 다 자전거로 했고, 차나 지하철 타지 않은 한 주가 일상이 됐다. 그게 일본 도시 거주의 한 매력이다.
여행객도 도쿄나 교토에서 자전거 한나절 빌려 타보면 도시가 다르게 보인다. 골목길, 작은 서점, 동네 식당 — 차나 지하철로는 못 가는 곳이 많다. 자전거가 있어야 닿는 일본이 따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