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황푸구 어딘가, 이름 모를 골목으로 들어갔다. 지도앱에는 안 나오는 길이었다. 5미터도 안 되는 좁은 골목 양쪽으로 회색 벽 건물들이 서 있었고, 아침 8시인데 빨래가 이미 줄에 가득 걸려 있었다. 어디선가 두유 끓이는 냄새가 났다.
이게 롱탕(弄堂)이다.
롱탕이 뭔지
롱탕은 상하이 특유의 주거 형태다. 메인 도로에서 좁은 골목길(弄, 롱)로 들어가면 나오는 주거 구역이다. 19세기 후반 상하이가 조계지(租界地)로 열리면서 급격히 인구가 늘자, 영국과 프랑스 건축 양식에 중국 전통 사합원 구조를 결합해 만든 독특한 주거 방식이다.
외벽은 이층 연립주택,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안마당이 있고 주민들이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한 건물에 여러 가족이 산다. 부엌은 종종 공동으로 쓰기도 한다.
전성기 1930~40년대에 상하이 시민의 절반 이상이 롱탕에 살았다. 지금도 구시가지 곳곳에 남아있지만, 개발로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롱탕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
롱탕의 아침은 시끄럽다. 좋은 의미에서.
할머니들이 좁은 골목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앉아 수다를 떤다. 자전거가 삐걱거리며 지나간다. 어딘가에서 마작 패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학교 가는 소리, 아저씨가 전화하는 소리, 쑤저우 방언(吴语)으로 싸우는 소리.
공용 공간이 많으니 이웃 간의 거리가 없다. 누가 어젯밤 몇 시에 들어왔는지, 누가 무슨 반찬을 하는지 다 알게 된다. 프라이버시는 거의 없다. 그 대신 공동체가 있다.
한 롱탕 거주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롱탕에선 혼자 늙지 않아. 뭔 일 있으면 이웃이 먼저 알거든."
상하이식 아침 식사의 성지
롱탕 입구에는 보통 작은 식당들이 있다. 아침 장사만 하는 곳들이다.
션지양(生煎包) - 상하이식 군만두다. 밀가루 반죽 안에 돼지고기와 육즙이 가득 들어있고, 아래면이 팬에 바삭하게 구워진다. 한 개 들고 먹다가 국물이 뚝 떨어지는 경험은 한 번 해봐야 한다.
샤오롱바오(小笼包) - 전 세계가 알지만, 상하이 로컬 롱탕 옆 식당에서 먹는 건 다르다. 딘타이펑(鼎泰丰)보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할머니가 아침에 직접 빚어 쪄내는 것의 온기가 있다.
다빙(大饼) - 참깨 붙인 납작한 밀 빵. 커다란 가마 안에 붙여 구운 것을 아침에 먹는다. 계란과 함께 먹으면 상하이식 아침 식사가 완성된다.
롱탕 아침 식사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우 커뮤니티다. 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웃과 잠깐 눈 마주치는 게 목적이다.
사라지고 있는 롱탕
2000년대 이후 상하이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롱탕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황푸구, 징안구(静安区), 루완구(卢湾区) 등 도심 지역의 롱탕은 아파트와 쇼핑몰로 교체됐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대규모 철거가 있었고, 롱탕 거주민들은 외곽 아파트로 이주됐다. 많은 이들이 시설은 좋아졌지만 커뮤니티를 잃었다고 말한다.
살아남은 롱탕 중 유명한 곳이 '신티엔디(新天地)' 인근과 '전저우루(田子坊)' 지역이다. 전저우루는 과거 롱탕 구조를 보존한 채 갤러리, 카페, 공예 가게로 변신했다. 관광지화됐지만, 건물 구조만큼은 롱탕 형태가 남아있다.
롱탕과 상하이어
롱탕 문화는 상하이어(上海话, 吴语)와 불가분 관계다. 롱탕 주민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는 대부분 상하이어다.
상하이어는 보통화(普通话)와 상당히 다르다. 현대 젊은 세대는 점점 쓰지 않고, 롱탕 노인들이 마지막 화자에 가깝다. 어떤 의미에서 롱탕이 사라지면 상하이어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기본 중국어로 롱탕에서 쓸 수 있는 표현:
- 「请问,附近有老上海早饭吗?」— 근처에 옛 상하이식 아침 식당이 있나요?
- 「这条弄堂有多少年历史?」— 이 골목은 역사가 몇 년 됐나요?
- 「可以进去参观吗?」— 안에 들어가서 봐도 될까요?
마지막 표현은 중요하다. 롱탕은 여전히 사람이 사는 생활 공간이다. 들어갈 때 주민의 눈치를 보고, 사진 찍기 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기본 예의다.
상하이 여행 일정에 푸동 루프탑 뷰와 함께, 아무 이름 없는 롱탕 아침 산책도 넣어두기를 권한다. 그 좁은 골목 안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와이탄 스카이라인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