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án) 구시가지 바에서 처음으로 핀초스를 먹었을 때, 빵 위에 올린 게 뭔지 몰라서 그냥 집어 먹었다. 새우 구운 것, 치즈와 앤초비 조합, 그리고 이름 모를 크림. 그것들을 각각 다른 바에서 서서 먹으면서,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네 군데를 돌아다녔다.
저녁을 먹은 게 아니라 축제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핀초스와 타파스의 차이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 이야기를 하면 타파스(tapas)가 먼저 나온다. 맞는 말이지만, 바스크 지역의 핀초스(pintxos, 카스티야어로는 pinchos)는 타파스와 다르다.
타파스는 스페인 전역에서 먹는 작은 음식이다. 공짜로 주는 곳도 있고, 사야 하는 곳도 있다. 형태가 다양하다.
핀초스는 원래 빵 위에 작은 꼬치(핀초=꼬치)로 재료를 꽂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꼬치 없이 올린 것, 구운 것, 크림을 바른 것 등 훨씬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바 카운터에 미리 진열해두거나,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바스크 핀초스가 특별한 이유는 재료의 품질과 조합의 창의성이다. 단순히 빵에 뭔가를 올린 게 아니라, 미슐랭 레스토랑 수준의 기술이 한 입 크기에 압축돼 있다.
산 세바스티안이 미식 수도가 된 이유
산 세바스티안(바스크어로 Donostia)은 인구 18만 명의 소도시다. 하지만 미슐랭 별을 기준으로 하면, 도쿄와 파리 다음으로 레스토랑 밀도가 높다. 인구 대비로 계산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바스크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진지함이 문화적으로 뿌리 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초코(txoko)'라고 불리는 남성 전용 요리 클럽이 19세기부터 있었다. 남자들이 모여서 요리하고 먹고 토론하는 모임. 이 전통이 요리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는 지리다. 대서양 바로 앞에 있어서 해산물이 탁월하다. 피레네산맥 근처라 산지 식재료도 좋다.
산 세바스티안에서는 슈퍼마켓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서울의 레스토랑보다 나을 수 있다.
핀초스 바 호핑의 규칙
산 세바스티안 구시가지(Parte Vieja)에서 핀초스 바를 돌아다니는 데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한 바에서 하나 또는 두 개만: 같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서서 먹고, 사이드라(sidra, 사과 발효주)나 차콜리(txakoli, 바스크 화이트 와인) 한 잔 마시고, 다음 바로 이동한다.
진열된 것만 먹지 않는다: 많은 바에서 최고의 핀초스는 메뉴판에 있거나 바텐더에게 "¿Qué recomienda?" (뭘 추천하나요?)라고 물어봐야 나온다. 카운터에 올라온 것들은 일부러 눈을 끌기 위한 것이고, 진짜 특기는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저녁 8~11시가 피크: 스페인 저녁 식사 시간 기준으로 8시 이전은 사람이 적다. 현지인들과 섞이고 싶다면 9시 이후에 가는 게 좋다.
꼭 가봐야 할 바들
산 세바스티안 구시가지에서 로컬들이 즐겨 찾는 바들을 몇 군데 소개하면:
- 라 빈야 델 엔산체(La Viña del Ensanche): 파이 형태의 치즈 타르트가 유명하다. 줄 서는 게 기본이다.
- 바르 스포르트(Bar Sport): 겉보기에 허름한데, 새우 핀초스가 탁월하다.
- 타스카 알만드로바다(Tasca Almandrovada): 안초비와 올리브 오일 조합이 표준적이지만 완성도가 높다.
물론 이런 리스트는 금방 바뀐다. 주인이 바뀌거나, 더 좋은 가게가 생기거나. 최신 정보는 현지 호텔 직원이나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스페인어 표현, 핀초스 바에서
- 「¿Qué tiene de especial hoy?」— 오늘 특선 핀초스가 뭔가요?
- 「Un txakoli, por favor」— 차콜리 한 잔 주세요
- 「¿Cuánto es todo?」— 전부 얼마예요?
- 「¡Está delicioso!」— 정말 맛있어요!
- 「¿Me pone uno más de ese?」— 저거 하나 더 주실 수 있나요?
바스크어로 "맛있다"는 'Goxoa da'(고쇼아 다)인데, 이걸 시도하면 현지인들이 꽤 좋아한다.
산 세바스티안에 갈 때 레스토랑 예약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싸도르 에체바리(Asador Etxebarri)나 무가리츠(Mugaritz) 같은 곳은 경험할 만하다. 하지만 솔직히, 구시가지 핀초스 바에서 서서 먹는 시간이 그 어떤 파인다이닝보다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 차이는 음식의 수준이 아니라 경험의 질에서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