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한 식당에서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 8명짜리 가족이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 그들은 이미 디저트를 먹고 있었고, 우리가 나갈 때까지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우리는 두 시간 반쯤 거기 있었다.
그들은 음식을 더 시키지도 않았다. 커피만 한 번 더 시키고, 그냥 떠들고 있었다. 종업원도 빨리 나가라는 신호를 전혀 안 보냈다. 이게 소브레메사(sobremesa)다.
식사 위의 시간
소브레메사는 직역하면 "탁자 위의 시간(over the table)"이다. 식사가 끝난 뒤 식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앉아 있는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다.
영어에는 정확히 이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식사 후에 차를 마시며 대화한다는 행위는 있지만, 그게 따로 이름이 붙어 있지는 않다.
스페인에서 소브레메사는 식사의 일부다. 식당 주인도, 손님도, 가족 모두 이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음식이 멈춰도 식사는 끝나지 않는다. 끝나는 건 사람들이 일어날 때다.
보통 얼마나 길게 앉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평일 저녁 식사라도 30분1시간 정도는 그냥 앉아 있는다. 주말 가족 점심이라면 23시간이 보통이다.
크리스마스나 이스터 같은 큰 명절에는 점심이 12시에 시작해서 저녁 시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음식은 3시에 다 끝나고, 그 다음은 전부 소브레메사다. 와인, 코냑, 커피, 농담, 정치 이야기, 가족 가십.
(참고로 스페인 정치 토론의 절반은 소브레메사에서 일어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식당이 빨리 안 내쫓는다
한국 식당이라면 음식이 끝났는데 1시간 더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 스페인은 다르다. 점심에 식당이 4시에 닫는다 해도, 2시에 들어온 손님은 4시까지 천천히 머문다.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회전율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점심 영업과 저녁 영업이 분리돼 있어서 (점심 14시, 저녁 8시 30분12시), 점심 손님 한 팀이 3시간 머물러도 저녁 영업에 영향이 없다.
또 종업원도 천천히 일한다. 빨리 빈 접시를 치우고 빨리 다음 손님을 받는 시스템이 아니다. 손님이 일어설 때까지 그 자리는 그 손님 자리다.
이 시스템 자체가 소브레메사를 가능하게 하고, 소브레메사 문화가 이 시스템을 유지시킨다. 일종의 순환이다.
무엇을 마시는가
소브레메사 시간에 가장 많이 마시는 건 커피다. 보통 카페 솔로(에스프레소)나 코르타도(에스프레소+우유 약간)를 시킨다.
조금 더 들어가면 디헤스티보(digestivo) — 식후주가 등장한다. 가장 흔한 건 파차란(pacharán), 안초아 리큐어(licor de hierbas), 코냑, 오루호(orujo) 같은 도수 높은 술이다. 작은 잔에 한 두 잔 마시면서 대화가 길어진다.
위장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마시는 거지만, 사실 디헤스티보의 진짜 기능은 자리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거다.
가족이 이 시간에 만든다
스페인 친구가 말한 게 기억난다. "내가 부모님과 정말로 대화한 시간을 다 합치면, 90%는 소브레메사야."
이게 약간 과장이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스페인 가족은 일상적으로 함께 식사하고, 그 식사가 길게 늘어진다. 음식 먹는 동안에는 보통 가벼운 이야기가 오가고, 진짜 깊은 대화는 식사가 끝난 뒤 — 디저트와 커피가 도착했을 때 — 시작된다.
부모-자식, 부부, 형제자매 사이의 진짜 이야기들이 이 시간에 일어난다. 음식이 매개지만, 음식이 끝난 뒤가 핵심이다.
외국인이 적응하는 법
스페인에서 식사할 때 가장 큰 실수는 "다 먹었으니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하는 거다. 같이 앉은 사람들이 일어날 기색이 없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정상이다.
추천:
- 디저트 시킨 다음 커피를 한 잔 더 시킨다
- 시간 보지 말고 그냥 대화에 집중한다
- 식당 직원이 아무 말 안 하면 더 머물러도 된다는 뜻이다
- 일어날 때는 "Cuenta, por favor (계산서 주세요)"라고 한다 — 그 전엔 안 가져온다
처음엔 어색하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식사 후 한 시간 더 앉아 있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며칠 지내고 나면, 이 시간이 식사 자체보다 더 즐거워진다. 음식보다 사람이 음식의 진짜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끔 가족 식사가 너무 빨리 끝난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먹고, 정리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소브레메사라는 단어가 왜 따로 있는지, 그게 왜 이름이 필요한 시간인지 — 어쩌면 모두에게 필요한 거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