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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째 — 코코넛 한 그루로 마을 전체가 살아가는 곳
🇻🇳 베트남어

벤째 — 코코넛 한 그루로 마을 전체가 살아가는 곳

메콩 델타 벤째 지방에서 본 코코넛 사용법. 열매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026-04-28·9분 읽기

호치민에서 차로 2시간. 메콩 델타 벤째성(Bến Tre)에 도착했다. 도로 양쪽에 끝없이 코코넛 나무가 보였다. 지평선까지. 베트남에서 코코넛 나무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들었다.

작은 마을에 들렀다. 가이드가 나무 그늘 아래 작은 작업장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한 가족이 코코넛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캔디였다. 케오 즈어(kẹo dừa) — 베트남식 코코넛 캔디.

옆에 보니 다른 작업장에서는 코코넛 껍질로 매트를 만들고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코코넛 오일을 짜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코코넛 하나로 돌아가고 있었다.

코코넛 한 그루로 만드는 것들

벤째에서 본 코코넛 활용법을 정리하면 이 정도다.

  • 코코넛 워터 — 그냥 마시는 음료
  • 코코넛 밀크 — 요리에 들어가는 베이스
  • 코코넛 오일 — 요리, 화장품
  • 코코넛 캔디(케오 즈어) — 벤째 명물
  • 코코넛 설탕 — 갈색 설탕 대신 사용
  • 코코넛 식초 — 요리 양념
  • 코코넛 술(루오우 즈어) — 와인처럼 마시는 술
  • 코코넛 껍질 매트 — 바닥재
  • 코코넛 껍질 숯 — 연료
  • 코코넛 잎으로 만든 지붕 — 전통 가옥
  • 코코넛 나무 줄기 — 건축 자재
  • 코코넛 잎 빗자루

한 그루의 나무에서 이게 다 나온다. 베트남 사람들이 "코코넛은 버릴 게 없는 나무(cây dừa không bỏ gì)"라고 하는 이유다.

케오 즈어 만드는 과정을 직접 봤다

벤째에서 가장 흔한 코코넛 가공품이 케오 즈어(kẹo dừa)다. 캐러멜 같은 식감의 코코넛 캔디.

작업장에서 직접 만드는 과정을 봤다.

  1. 코코넛을 까서 과육을 갈아낸다 — 큰 강판으로 하얀 부분만 갈아낸다.
  2. 코코넛 밀크를 짜낸다 — 갈아낸 과육을 천에 싸서 압착.
  3. 큰 솥에 넣고 끓인다 — 코코넛 밀크, 설탕, 말토스, 향을 섞어서 끓인다.
  4. 30분~1시간 저으면서 졸인다 — 색이 갈색이 되고 점도가 높아진다.
  5. 나무 판 위에 부어 식힌다 — 펴서 굳힌다.
  6. 칼로 작게 자른다 — 한 입 크기.
  7. 종이로 하나씩 포장한다 — 라이스 페이퍼와 일반 종이로 이중 포장.

전체 과정에 4~5시간. 손작업이 많다. 아주머니들이 옆에서 손으로 종이 포장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천 개 이상 포장한다고 한다.

케오 즈어의 종류

기본 케오 즈어 외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 오리지널 — 코코넛 맛만
  • 두리안 — 두리안 향 (호불호 강함)
  • 판단(pandan) — 초록색, 코코넛과 잘 맞는다
  • 카카오 — 초콜릿과 코코넛
  • 땅콩 — 작은 땅콩이 들어 있다
  • 커피 — 베트남 커피 향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과 판단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두리안은 호불호가 명확하다.)

가격은 한 봉지(500g)에 5만 동 정도. 한국 돈 2700원 정도. 저렴하다. 벤째에서 사면 더 싸다.

코코넛 워터 마시는 법

벤째 어디서든 코코넛 워터를 판다. 마을 어귀에 거의 다 있다.

진짜 신선한 코코넛 워터는 동남아에서 자란 청년 코코넛(coco vert)에서 나온다. 익기 전 단계. 껍질이 초록색일 때.

큰 칼로 위쪽을 잘라 빨대 꽂아서 그대로 마신다. 한 개에 12만 동(5501100원). 시원하고 살짝 달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더운 날씨에 마시기 좋다.

코코넛 안의 부드러운 흰색 과육은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어린 코코넛 과육은 푸딩처럼 부드럽다. 다 자란 코코넛 과육보다 훨씬 부드러운 식감.

더운 베트남 더위에서 코코넛 워터 한 통이 어떤 음료보다 시원하다.

메콩 델타 보트 투어

벤째에서 코코넛만 보는 것도 좋지만, 메콩 강 보트 투어를 같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작은 나무 보트를 타고 강과 운하를 따라 이동한다. 양쪽으로 코코넛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다. 손으로 노 젓는 작은 보트가 인상적이다. 한 시간 정도 동남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가는 길에 작은 마을에 들른다.

  • 케오 즈어 작업장
  • 코코넛 캔디 박물관
  • 라이스 페이퍼 만드는 작업장
  • 코코넛 술 시음

투어는 보통 호치민에서 출발하는 1일 패키지가 많다. 30~40달러. 점심 포함. 미토(Mỹ Tho)와 벤째 중에서 벤째가 더 코코넛 중심이다.

벤째 사람들의 일상

벤째 사람들의 일상이 코코넛 중심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코코넛 나무 옆 작업장에서 일하고, 점심에 코코넛 들어간 음식을 먹고, 저녁에 코코넛 술을 마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한 가족 작업장에서 본 풍경이었다. 할머니가 케오 즈어를 자르고, 어머니가 종이로 포장하고, 아이들이 봉지에 담는다. 3대가 한 작업장에서 같이 일했다.

가이드 말로는 이 가족이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했다. 한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한 가족 30년의 일상을 만들어준 셈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벤째에서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길에 케오 즈어 한 박스를 샀다. 한국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이게 그렇게 맛있어?" 하면서 한 개 입에 넣은 사람들이 두세 개씩 더 집어 갔다.

벤째 코코넛 캔디는 한국에서도 살 수 있긴 하다. 동남아 식품점이나 온라인. 그런데 벤째에서 사 온 거랑 맛이 좀 다르다. 신선도 차이일 수도 있고, 분위기 차이일 수도 있다.

다음에 베트남에 가게 되면 벤째 1박이 좋다. 코코넛 나무 그늘 아래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경험. 그게 메콩 델타라는 곳을 만나는 가장 정확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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